자연상수

우주과학|2019. 7. 29. 18:57

우리의 우주를 기술하는 수학은 자연의 보편 상수들에 의존한다. 그런데 이것들이 진짜 상수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감각을 초월하여 존재하 는 시공간의 여러 차원들을 감지하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거의 20억 년쯤 건, 아프리카 가봉의 오클로라는 지역에 우라늄을 함유한 지하수가 여러 겹의 사암층을 지나면서 걸러졌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방사성 원소는 천천히 사암 속에서 농축되고 빈틈에 모이면서 광맥을 이루었다. 이후 언젠가 지질학적 융기가 일어나 광맥의 위치가 바뀌 었고, 흐르는 물이 사암을 침식함에 따라 광물의 농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던 17억 년 전의 어느 날, 깊이 묻혔던 우라늄이 마 침내 임계 질량(핵분열 물질이 연쇄 반응을 할 수 있는 최소의 질량)에 이르러 천연 핵 반응로가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핵 반응로는 이후 수백만년 동안 켜지고 꺼지기를 되풀이했는데, 우라늄 동위 원소의 조성이 변함에 따라 결국 작동을 멈추었다.


현대에 들어 프랑스는 이곳에서 우라늄을 채굴하기 시작했는데, 1972년에 과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이미 핵분열 반응이 일어 났을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들이 광물을 분석하여 오클로 지역이 천연 핵반응로로 작용했다는 증거를 모으다 보니 또 다른 기이한 문제가 떠올랐다. 핵반응의 본질이 변한 듯 하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오직 물리학의 법칙들이 변해야만 가능한 일이 었다. 2004년에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오클로의 핵반응 속도를 지배했던 힘의 세기는 오늘날의 세기에 비해 아주 조금, 1억분의 5 미만으로 작았다.



케플러가 활약했던 17세기 이래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은 수학으로 자연을 기술하는 데 전례없던 성공을 기두어 왔다. 방정식 들은 물리학의 법칙을 이해하고, 자연계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틀 이 되었다. 한 예로 뉴턴이 1687년에 발표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보자, 이에 따르면 중력은 두 물체의 질량과 거리의 제곱에 따라 크기가 일정하게 변한다. 그런데 이런 법칙이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언젠가 중력은 거리의 세제곱이나 질량의 절반에 좌우될지도 모른다. 이는 분명 불가능하다. 우리는 온 우주 를 뒤지면서 수백만 심지어 수십억 광년이나 떨어진 천체들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의 법칙들을 적용하여 그 행동을 합리적으로 이해한다. 이는 이 법칙들이 전 우주에 걸쳐 적용되며 시간에 따라 전혀 또는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강력히 암시한다. 만일 어떤 변화가 있다면 이는 매우 미묘할 것이다. 그것은 수학 자체의 변화가 아닐 것이며, 그렇다면 의심이 가는 것은 '상수'들이다.


자연 상수

자연계에는 '상수'라고 부르는 게 많다. 이 자연 상수들은 이론에서 유도되지 않으며, 측정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상수는 물리학의 법칙에서 물리량들 사이에 수학적으로 정확한 관계를 맺어 주는 바꿈 인수(conversion factor, 전환 계수라고도 한다)의 역할을 한다. 중력의 경우 질량과 거리를 각각 킬로그램과 미터로 나타내 면 중력은 뉴턴의 중력 상수에 의해 뉴턴이라는 힘의 단위로 표기 하게 된다. 중력 상수는 영어 대문자 'G'로 쓰므로 흔히 '빅지(Big G)'라고 부른다.


어떤 상수는 붙여진 이름이 스스로를 설명해 주는데, 광속이 그 예이다. 반면 어떤 것들은 좀 난해한데, 자연계의 에너지가 궁극적으로는 작은 덩어리로 되어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플랑크 상수가 그렇다. 이런 양들은 상수라고 부르지만 지난 15년 동안 그중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많은 과학자의 뇌리에서 줄곧 맴돌았는데, 광속이 대표적이다.


1993년 덴마크의 물리학자 존 모팻(John Moffat)은 우주론의 지 평선 문제에 대해 자신의 해답을 발표했다.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 의 온도가 관찰 방향과 상관없이 사실상 일정하다는 점은 아주 까다로운 문제였다. 이는 우주에서 서로 완전히 동떨어진 영역이 어떤 연유에선지 온도가 같아졌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물리학에서는 급팽창이라고 알려진 지수함수적 팽창이 갑작스럽게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급팽창의 원인은 아직 미스터리여서 그 물리학적 근거는 빈약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지평선 문제에 대해 다른 해답을 찾고 있다. 모팻은 광속이 과거에 더 빨랐다면 같은 시간에 광자는 훨씬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으므로 급팽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광대한 영역에 걸쳐 온도가 일정하게 된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물리학자들은 같은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평탄성 문제를 새로이 분석했다. 이들은 광속이 우주가 태어날 무렵에는 극히 빨랐지만 이후 급격히 느려져 오늘날의 값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지평선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급팽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평탄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보였다. 천문학자들은 빅뱅 직후의 극히 짧은 이 시기를 관측할 수 없으므로 이 생각을 직접 검증할 수 없다. 하지만 블랙 홀로 떨어지는 물질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머나먼 퀘이사를 관측 하면서 광속에 어떤 변화가 있 었을 경우 남겨졌을 흔적을 찾고 있다. 이를 검출하기 위한 관측에서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세 구조 상수(fine-structure constant) 인데, 이는 전자기력과 자연계의 다른 힘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고 광원으로부터 나오는 스펙트럼 선의 패턴을 결정한다. 과학자들이 무차원이라고 말하는 이 중요한 상수의 값은 광속에 의존한다.



'우주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차원 상수  (0) 2019.07.29
파이오니어 변칙과 시간여행  (0) 2019.07.29
워프속도와 웜홀  (0) 2019.07.29
시간여행과 속도의 한계  (0) 2019.07.29
세티의 대망  (0) 2019.07.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