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베르스의 역설 :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지구의 나이

우주과학|2019. 7. 16. 15:20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라는 질문은 천문학계에서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로 알려 져 있다. 독일의 아마추어 천문가 하인리히 빌헬름 마토이츠 올베 르스(Heinrich Wilhelm Matthäuts Olbers)가 1823년에 이를 널리 퍼뜨렸기 때문이다.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대로 우주가 무한히 크고 변함없이 존재해 왔다면 밤하늘이 어둡다는 사실은 역설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한 공간에 별들이 흩뿌려져 있다면 어느 방향을 보든 우리의 시선은 필연적으로 어느 별에서 오는 빛줄기와 마주칠 것이다. 따라서 밤하늘은 어둡기는커녕 대낮 못지않게 밝아야 한다. 사실 이 물음은 올베르스가 처음 내놓은 것은 아니다. 그에 앞서 1576년 영국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토머스 딕스(Thomas Digges), 1610년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1721년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도 모두 어두운 밤하늘을 두고 고민했다. 어두운 밤하늘 은 우주가 무한히 오래되고 무한히 광대하며 고르게 분포하는 별들을 품고 있다는 우주관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해답이 제시되었다. 한 예로 역제곱 법칙을 이용한 해답을 생각해 보자. 이에 따르면 광원으로부터의 거리 가 두 배로 늘어나면 광도는 4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먼 곳의 천체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 답으로는 역설이 해소되지 않았다. 멀리 갈수록 별의수가 많아지므로 광도의 감소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이 역설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정답은 본래의 가정을 버리는 데에 있다. 우주가 무한히 오래되지 않았다면 아주 먼 별에서 오는 빛은 아직 우리에 게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우주가 정지하지 않고 팽창한다면 적색 편이 때문에 별빛이 약해질 것이다. 별들이 공간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고, 거대한 빈 공간인 공동을 사이에 둔 은하들 속에 갇혀 있다면 우리의 시선마다 별이 마주친다는 가설은 잘못이다. 또한 오늘날 우리는 별이 온 우주를 가득 채울 정도로 빠르게 생성되지 않으며, 생성된 별도 밤하늘을 환히 밝힐 만한 에너지를 내놓을 정도로 오래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우주가 무한히 오래되지 않았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만 집중하기로 하자. 물론 이는 올베르스의 역설 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여기에는 더 큰 물음도 따라나오는데, 이는 바로 ‘우주가 무한히 오래되지 않았다면 얼마 나 오래되었나?' 라는 것이다.


지구의 나이

우주의 나이를 밝힘에 있어 우주가 그 안에 있는 천체들보다 어릴 수는 없다는 명백한 사실은 좋은 출발점이 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시도되었다. 최초의 것은 성경을 토대로 했다. 신학자들은 애초부터 지구에 사람이 살아왔으므로 성경에 기록된 세대를 헤아리면 지구의 나이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 이런 시도는 더 과학적인 방법에 길을 내주었다.한 예로 지구가 본래 뜨거운 액체 덩어리였다는 가정 아래 오늘날처럼 식는 데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는지 계산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앙투안 앙리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과 마리 퀴리(Marie | Curie), 그녀의 남편 피에르 퀴리(Pierre Curie) 등에 의해 방사능이 발견되면서 이 방법도 폐기되었다. 암석의 방사능이 열을 방출해 지구를 끊임없이 데우므로 냉각 속도의 계산이 무의미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방사능은 오히려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 그 원소는 다른 원소로 바뀌면서 에너지를 입자나 빛으로 내놓는다. 같은 원소의 다른 형태를 '동위 원소'라고 부르는데 방사성 동위 원소들은 각각 고유의 붕괴 시간이 있다. 이 시간은 흔히 반감기, 곧 어떤 물질이 가진 원소 본래의 양에서 절반이 붕괴되는 시간으로 나타낸다. 따라서 반감기가 열 번쯤 지나면 본래 물질은 기의 남지 않는다. 어떤 동위 원소의 반감기는 지질학적 시간의 관점에서 볼 때 비교적 짧은데, 그런 예로는 반감기가 6,000년인 탄소 -14를 들 수 있다. 반면 우라늄의 동위 원소인 우라늄 - 235 와 우라늄 - 238은 각각 7억 400만 년과 44억 7000만 년의 반감기로 붕괴하면서 납과 토륨으로 변한다. 따라서 지질학자들은 어떤 암석에서 자연적으로 조성되는 우라늄과 납과 토륨의 비율을 분석하여 그 나이를 추정하는데, 충분히 많으 시료를 이용하면 이 기법으로 지구의 나이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약 한 세기 동안의 노력 끝에 지질학자들은 지구의 수많은 암석은 물론 운석과 달의 암석까지 방사능을 이용하여 그 나이를 측정했따. 그 겨로가 지구의 나이뿐 아니라 태양계 전체의 나이도 알게 되었다. 태양계의 나이는 약 46억년 정도로, 우주 나이의 예비적인 기준치를 나타낸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시간은 비교적 짧은 편이다. 

댓글()